3분 테스트...

Posted 2006. 4. 5. 12:23 by alice201405
성당에서 피정을 갔을 때 이야기다

프로그램 첫 머리에 한 수녀님 께서

자리에 모인 우리들에게 시험지를 나누어 주며

3분안에 풀라고 하셨다.

받아 보니 맨 위에

"끝까지 다 읽어 보고 문제를 푸시오"라고 쓰여 있고

그 밑에 꽤 많은 문제들이 이어졌다.

수녀님은 초시계를 꺼내

"5초, 10초"하며 시간을 재기 시작 했다

문제라는 것이 고작 숫자를 쓰라거나

동그라미를 그리라거나

이름을 거꾸로 써 보라는 등

피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듯한 것들이었지만

누구 하나 의문을 제기하거나

투덜거리는 사람이 없었다

째깍째깍 초침 소리를 의식하며

모두들 최대한 빠르게 연필을 움직일 뿐이었다

3분이 다 되갈무렵 여기저기서

"어머나" 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

맨 끝 문항을 보는 순간 내 입에서도

절로 "어머나" 소리가 새어나왔다

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

<끝까지 읽어보느라 수고하셨습니다

문제를 풀 필요는 없습니다

시험지에 이름만 쓰십시요>

당혹해 하는 우리를 보고 수녀님은 말씀하셧다

"시험지 첫 머리에 끝까지 다 읽어보고

풀라고 쓰여 있는데

무엇이 그렇게 급하셨나요..?

내가 시간을 재고 있고

옆 사람이 열심히 푼다는 이유로

그 문제들을 서둘러 풀었나요..?

남들이 다 탄다는 이유로

목적지도 모르는 기차에 올라탄다는 것은

어리석은 일입니다 "

그것이 3분 테스트의 교훈이었다.

"왜" 라는 질문없이 그저 바쁘게

움직이는 것 방향감각 없이

빠른 속도에 휘말리는 것은

분명 어리석은 일이다..




출처 : OU